안녕하세요, 영화 해석글이 갑자기 작성하고 싶어져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공포/호러 영화는 궁금하지만 포스터를 보는 것도 힘든 분이 계실 것 같아 이미지는 일절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글이 길어 지루할 수는 있겠습니다. 궁금한 부분만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서스페리아는 '세 마녀' 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한숨의 마녀 서스페리움을 다룹니다.
영화 시작부터 곳곳에 서스페리움에 대한 단서가 있었지요. 여러 번 볼수록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요즘은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 유튜브로 해석영상을 제작해보고도 싶었는데, 저작권 문제에 대해 잘 모르겠어서 블로그를 사용하게 되었네요. (네... 저는 영화 블로그를 잠시...)
리메이크 서스페리아를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리메이크 작품을 더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서스페리아(1977)와 전체적인 색감, 분위기에서 차이가 큰데, 서스페리아(1977)은 강렬한 색감을 보여준다면 리메이크판 서스페리아(2018) 는 잔잔한 파스텔톤 색감으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부드러운 색감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역시 리메이크판을 추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정치적 메세지, 페미니즘, 사랑, 죽음, 망각 등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기괴함, 잔인한 묘사의 수위가 높습니다.
특히 성기노출을 포함한 나체, 배설, 내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잔인함의 수위에 주의하시어 해당 부분에 거부감이 크거나 간접적인 고통을 느끼시는 분들은 시청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높은 수위의 성인가 작품임에도 성적대상화는 적다고 생각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가 공포, 호러 영화인 지점인 핵심은 '마녀'인데, 이 마녀라는 개념이 주체적이고 똑똑한 여성을 두려워한 남성의 공포에서 온 부분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지점을 잘 이용해 만든 영화라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마지막까지 이 '마녀'라는 지점을 잘 사용합니다.
작품 속의 '마녀'들은 배움의 수준이 높은 전문가이며 무용단으로의 인지도로 사회적 지위를 적게나마 갖추고 있고, 남성의 도움 및 구성 일체 없이 여성만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들만의 규칙이 있고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해 무용단(마녀회)의 방향성을 결정해 이어갑니다. 재미있는 점은 여성을 '마녀'로 몰아 죽음에 몰아넣는 행위들(=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일)을 이 무용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척 자연스럽고 편안해보입니다. 편한 옷과 바지를 입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술과 담배를 즐깁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 모습들을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누려야할 것으로 보여주는 연출과 무용단의 정체가 마녀회라는 걸 연결지어보면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본 뒤에 잘 이해가 되지 않아 해석을 많이 찾아다녔었는데, 이해를 하고 더 좋아진 이 작품에 대해 또 궁금해서 찾아다니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작성합니다.
이 아래부터는
작품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와 결정적인 스포일러,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시청하신 뒤에 아래의 해석을 읽어주시면 더욱 영화를 즐기실 수 있겠습니다.
스포일러를 모르는 채로 보았을 때 충격과 쾌감이 거대한 영화라 꼭 영화를 시청하신 뒤에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재(22.06.12.기준) 넷플릭스에서 서스페리아 (2018), 왓챠에서 서스페리아 (1977)을 서비스 중입니다.
읽어보기
영화는 '패트리샤'라는 무용단원이 정신과 상담을 위해 담당 의사를 찾아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패트리샤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겁에 질려있지요. 패트리샤는 정치에 관심이 높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직접 참여하기도 하는 여성입니다. 이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건 패트리샤는 확실한 자신의 의견이 있으며 행동할 줄 아는 용감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트리샤는 겁에 질려있습니다. 마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고, 모든 '눈'을 두려워합니다. 담당 의사는 패트리샤가 말하는 '세 마녀'에 대한 이야기는 믿지 않으나 패트리샤가 '세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믿고 공포를 가지며 이상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무언가 있음을 알아챕니다. 이 의사분도 자신의 직업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좋은 분이시지요.
이후, '수지 배니언'이라는 여성이 무용단을 찾아옵니다. '블랑' 선생님을 존경하여 찾아왔다고 하지요. 수지는 무용단의 오디션을 보기로 합니다. 그녀의 방문을 다른 무용단 선생님들은 달가워 하지 않았습니다. 오디션에서 음악조차 켜지 않게하는 모습에서 수지를 무시하고 있고, 그녀에게 수치를 주어 돌려보내려는 의도를 느낍니다. 하지만 수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춤을 춥니다. 예상 외의 실력에 지켜보던 선생님들도 당황하고, 그 '에너지'에 이끌린 것처럼 블랑 선생님이 오디션 장소로 들어옵니다. 이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블랑이 범상치 않은 마녀임을 보여줍니다. 블랑은 수지에 대해 확실하게 깨닫지는 못했으나, 본능적인 이끌림을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 이외에도 '끌림'을 보여주지요. 블랑은 수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블랑은 자신이 수지에게 끌리는 것도, 끌리는 이유도 깨닫지 못하고 있으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수지에게 끌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수지가 무용단에 들어오기로 결정된 이후, 무용단은 여성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기숙사로 운영된다는 안내와 마침 한 자리가 비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패트리샤의 빈자리입니다. 패트리샤가 무용단을 떠났다고만 알려졌지만 일부 사람들은 '실종'이라고 여기어 의심스러워 합니다. 패트리샤가 무용단을 떠난 것에 대해 모두 큰 유감을 갖지 않는 모습을 통해 패트리샤가 평소 정치활동에 관심이 많고, 이에 가담하기도 한다는 걸 숨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시청자는 더욱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이고 용감한 패트리샤는 왜 그리도 겁에 질려있었을까요?
패트리샤는 '세 마녀'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두려움을 품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람이 존재에 확신을 갖는 건 직접 겪거나 목격하였을 때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패트리샤는 호기심이든 마녀에 대한 이끌림이든 어떤 이유로 숨겨진 방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무용단이 마녀회라는 확신을 가졌을 것입니다. 수지의 룸메이트가 된 사라는 이전 패트리샤의 룸메이트였고, 사라가 진실을 알아가는 장면은 패트리샤가 홀로 진실에 다가갔을 과거를 재현합니다.
무용단에 의심을 갖는 사람은 겉으로는 떠났다고 포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마녀의 주술로 유인되어 감금됩니다. 이 과정에서 무용이라는 주술을 이용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빼앗기거나 나누어주게 된다는 연출도 섞여있습니다. 수지가 주연으로 발탁된 이후, 수지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 시범을 보여준 무용원은 갑자기 쓰러져 크게 경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연출은 '주술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직접적으로 주술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고, 주술이 이행된 후 주술의 효과가 나타남을 보여주는 마지막장의 장면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주술이 이행될 때, 주술에 걸린 사람은 크게 경련하게 됩니다. 이 주술에 '무언가를 빼앗길 때' 경련을 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패트리샤의 담당 의사가 패트리샤의 실종에 대해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무용단을 조사하러 온 틈을 타 패트리샤의 친구인 사라는 수지에게 부탁해 함께 무용단의 서류를 확인합니다. 이곳에서 패트리샤에 대한 서류가 남아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 사라는 이상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따라가 몰래 훔쳐봅니다. 그곳에서 무용단 선생님들이 경찰에게 주술을 걸고 모욕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모호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본 것임에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사라는 패트시랴의 담당 의사가 자신에게 패트리샤에 대해 물어볼 때도 마녀 이야기에 자리를 뜹니다. 다시는 자신에게 찾아오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이는 사라의 모호한 두려움이 나타난 방어기제로 보입니다. 그리고 담당 의사는 무용단 선생님이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시 보면 그 자리엔 닮은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착각처럼 느껴지도록요.
결국 어느 날 밤, 사라는 잠에 들지 않고 비밀의 방을 찾아 걷습니다. 걸음 수를 세어 도달한 곳은 지하의 오디션실이었지요. 그곳에서 거울벽을 두드려 비밀문을 찾아 들어갑니다. 사라가 이곳까지 들키지 않고 찾아와 비밀문까지 찾을 수 있었던 건 '어떤 마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갑작스럽게 자해를 한, 안경을 쓰고 눈망울이 큰 마녀를 기억하시나요? 일부 해석글 들에서는 그 마녀가 '눈물의 마녀'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데, 서스페리움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면 세 마녀의 힘은 일반적인 마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이건 오리지널 세 마녀 시리즈에서도 보여집니다. 정말 눈물의 마녀였다면 그러한 방식을 채택할 이유도, 마르코스를 두고 볼 이유도 딱히 없어보입니다. (리메이크판으로도 세 마녀를 모두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담긴 해석일거란 생각은 합니다)
그 마녀는 왜 갑작스럽게 자해를 했을까요? 저는 이 마녀 역시 마녀로의 자질이 적지 않은 인물이라 여겨집니다. 마르코스의 방식으로 젊은 여성의 목숨을 소모하는 걸 멈추고 싶었으며 '서스페리움'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사건에서도 한켠에 조용히 앉아있다가 '블랑이 수지를 준비시키기 전에 마르코스가 돌아가시면 무용단은 끝이야'라는 말이 끝나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해를 하지요. 이 행동을 주목하지도 제지하지도 못했다는 건 그간 이러한 전조나 행동을 보인 적이 없거나, 다른 마녀들이 이 마녀에게 관심이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후자로 생각했을 때 공동체에서 홀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이질적인' 무언가가 더 있었겠지요. 영화 속 서스페리움은 '죽음'으로 벌하기도 하고 애정을 표하기도 합니다.
자해한 마녀는 서스페리움에게 자신을 제물로 서스페리움과 사라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소모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전쟁과 냉전과 관련된 사회, 정치적 메세지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보이는 이 모습은 '순교', '대의를 위한 희생'으로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무용단을 국가로 치환해서 본다면 더욱 와닿기도 합니다. 모순을 알면서도 선출된 지도자를 따르고, 지도자의 욕심으로 인해 국민이 고통받고 희생되며 그에 반항하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합니다. 이를 연결시켜 보이기 위해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현재 사회의 분위기와 상황에 대해 들려주고 보여줍니다.
사라는 희생으로 인해 진실을 마주합니다. 모호한 공포는 실체가 되고, 그곳에서 도망쳐 패트리샤의 담당 의사와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출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위험과 고통을 겪게 되지만 진실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우리'입니다. 사회의 부조리함과 공포에 대해 알고 움츠린다면 피할 수 있음에도 누군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며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는 기억되며, 내가 사라지고 잊혀져도 어딘가 그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이것을 어떤 연출로 보여주었는지는 결말에서 마저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야기는 패트리샤와 사라, 패트리샤의 담당의사 그리고 수지가 이끌어 진행됩니다. 수지는 무용단에게 이방인입니다. 무용단 내부사정을 잘 알 수도 없고, 다른 사람과 돈독한 관계를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그만큼 무용단 역시 수지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수지는 블랑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블랑에게 배우고 싶어서 무용단을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춤에 대해 지도를 받으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서 블랑이 안무를 구상했다고 하는 '폴크'는 주술로 보여집니다. 수지가 안무가 주는 느낌에 대해 말하며 ~하는건 어떠하겠는지 말하는 장면은 안무를 '주술'이라는 가정하게 하는 말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블랑의 대답은 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지가 평범한 무용수라도, '마녀'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입니다.
블랑은 수지가 평범한 무용수라고 생각하지만, 마녀로의 자질이나 에너지도 범상치 않음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무용단의 모든 마녀들이 느끼는 부분으로 보이긴 하나, 블랑은 그 안에서 묘한 이끌림을 느끼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지요. 그렇기 때문에 중의적인 대답을 내어주었음으로 보입니다. 수지 역시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블랑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있고, 성관계를 은유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실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수지를 우리의 꿈으로 불러들인다'는 언급이 있고 수지 역시 악몽을 꾸는 장면이나 기괴한 꿈, 과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을 뒤섞어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한건지, 그러한 '꿈'을 꾸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꾸게 만든 사람 간의 시선을 보여준건지는 해석하고 싶은대로 해석하는 맛도 있겠습니다.
블랑과 수지가 함께 간식을 먹고, 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마주보고 앉거나 걱정하는 등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이, 수지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적지 않고 블랑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장면은 없다시피한데 오히려 블랑의 감정만이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블랑은 천천히 수지를 아끼고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에는 종류가 많으니 어떠한 종류의 사랑인지는 여러가지로 해석해도 재미있지요. 결국 블랑이 목숨을 걸 만큼 수지를 아끼게 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해집니다.
<아래로 결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르코스의 전이의식 준비를 마친 숨겨진 공간으로 수지가 내려옵니다. 그곳에는 의식을 위해 최면에 걸린 무용단원들과 마녀들이 춤을 추고, '증인'으로 패트리샤의 담당 의사가 나체로 누워서 자신은 죄가 없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사라의 내장을 꺼내쥐고 의식이 시작되지만 블랑은 간절하게 수지를 향해 말합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돌아가도 좋다. 돌아가게 해주겠다.
마르코스에게는 순수한 상태로 준비를 시켜야한다는 말로 수지를 보호하려 하지만, 마르코스는 블랑의 목을 베어 숨을 끊습니다. 많은 마녀들이 마르코스를 지지하고 그녀가 세 마녀 중 한 명이 맞다고 믿는 건 이러한 마르코스의 힘을 알고 있어서로 보이고, 블랑 역시 이미 의식이 시작된 마당에 마르코스에게 거스르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수지를 지키기 위해 의식을 멈추라고 외치려했고, 그 목소리가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목이 잘려 고꾸라지지요. 이때 블랑은 간절했으나 수지는 여전히 여유가 있어보였습니다.
마르코스는 수지에게 거짓된 어머니, 너를 낳아준 어머니를 완전히 밀어내라며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주술을 이행하려 합니다. 수지의 어머니는 자신이 세상을 그 애로 더럽혔다는 말을 하며 죄를 지었다고 하지요. 수지는 어린 시절부터 도시에 관심이 있고, 벽장에 숨어 성욕을 푸는 등 과거 여성에게 금기시 된 것들을 원하고 행하려 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를 '마녀'라는 말로 뭉뚱그려 입을 막고 통제하려 하였었지요. 하지만 또 묘한게, 그 이외에 수지가 과거 사람들이 두려워하게 만들고 고통을 주었다는 묘사는 없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는 욕망에 솔직하고 꿈을 쫓는 사람으로만 보여집니다.
거짓된 어머니에게 죽음을! 마르코스의 말에 어둠 속에서 사신으로 추정되는 것이 나타납니다. 모두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지는 장면이고 정말 의외의 장면이었죠. 너는 누구의 세례를 받았느냐는 물음에 마르코스는 고민하다 한숨의 마녀 서스페리움이라 답합니다.
"내가 서스페리움이다."
(이때 함께 나오는 ost인 'Unmade' 가 서스페리움이 어떤 존재고, 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가사라고 느꼈습니다)
수지가 내뱉은 그 말의 짜릿함은 정말 굉장했지요. 저는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말로써 수지와 관련된 이질감이 모두 해결되고, '어머니'는 딸을 외면하지 않고 고통받는 딸을 위해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왔다는게 참 좋습니다. 사실, 서스페리움이 마르코스에게 행한 벌은 실질적으로 마르코스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기도 합니다. 마르코스가 이런 의미로 부탁한 것은 아니지만 인과응보이지요. 거짓된 어머니에게 죽음을. 마르코스의 부탁에 서스페리움은 '거짓된 어머니', 즉 마르코스를 지지한 마녀들에게 사신의 입맞춤을 건넵니다.
이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왜 마르코스를 지지한 블랑의 친구는 죽지 않은거지?' 라는 의문을 가지셨을텐데 근본적으로 '마르코스와 그 일당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마르코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습니다. 블랑의 친구분은 진심으로 무용단의 미래와 블랑을 걱정했지요. 그녀는 '거짓된 어머니'가 아닌 것입니다. 서스페리움에게 이들은 모두 자신의 딸이고, 어머니는 딸의 잘못을 모두 포용하고 부탁을 들어주려 합니다. 여기서 초월적 존재의 면모가 보여지는데, 인간과는 감정선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서스페리움은 작품 속에서 딸들에게 다정한 어머니로 보입니다. 패트리샤와 수지 등 마녀들에게 삶이 희생된 단원에게 소망이 무엇이느냐 묻자, 그들은 '죽음'이라 답합니다. 너무 피곤해요. 너무 힘들어요. 쉬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라고 대답하는 딸들에게 서스페리움은 직접 죽음의 입맞춤으로 목숨을 거두어갑니다. 그 모습이 다정하고 애정이 넘치는 모습처럼 보이는게, 초월적 존재라 느껴져 코즈믹 호러로 느껴지기도 하겠습니다. 거짓된 어머니들이 죽고, 내장과 피, 시체가 가득한 방에서 최면에 걸린 무용단원들은 계속 춤을 추고, 서스페리움은 아름답게 계속 춤추라 말하며 행복해합니다.
'증인', 패트리샤의 담당 의사는 살아서 집으로 돌려보내 집니다. 블랑은 무용단을 떠났다고 무용단원들에게 알려지고 수지에 대해서는 잊혀진 듯 보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실 꿈인가? 할 때 쯤이면 마녀들이 시체를 치우며 피를 닦는 장면이 나와 관객들에게는 꿈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그때, 블랑의 목을 들어 제자리에 놓으면 블랑의 숨이 돌아오는 장면이 보입니다. 뭐지? 죽은게 아니었나? 다들 의아했을 장면일텐데, 이날 죽음을 받고 거두어진 목숨은 모두 '서스페리움'이 행한 죽음 뿐이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블랑은 서스페리움에게 죽음을 선물받지 않았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닙니다. 이는 서스페리움에게 보인 애정과 진실된 감정에 대한 서스페리움의 대답일 수도, 마녀 고유의 특성일 수도요. (마녀는 물에 빠져도, 불에 타도 죽지 않는다고 하지요. 이 경우라면 마르코스는 저주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거나 목을 찔러 자해한 여성은 마녀가 아니라 최면에 걸려 마녀회의 집안일을 맡던 평범한 사람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수지는 무용단을 떠나 마지막으로 패트리샤의 담당 의사 집으로 향했습니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고 관객들에게도 꿈이 아님을 재차 확인시키듯 자신의 권능을 숨기지 않고 사용하지요. 수지는 의사에게 자신의 딸(마녀)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과하며 네게는 알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그의 아내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줍니다.
왜 서스페리움이 남성에게 자비를 베풀었는가? 에 대해서는 '알 권리가 있다'는 말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의사는 평생 헤어진 아내를 잊지 않았고 사랑했으며 꾸준히 그녀와의 추억이 남은 집을 찾아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의 행방을 찾는 일 또한 멈추지 않았겠지요. 몇 십 년이 지나 백발의 노인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며 진실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의 환자이자 여성인 패트리샤가 위험에 처함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우려 했고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알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민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한 셈이지요.
서스페리움은 초월적 존재임을 다시 보여줍니다.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었을 아내의 상황이나 감정상태, 마지막 기억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여성에 대한 망각을 선물하고 떠납니다. 남은 시간만큼은 그리움이라는 고통과 끔찍한 의식이자 딸들이 저지른 일의 '증인'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기를 위해 주술을 걸어준 것이지요. 이때, 그는 크게 경련합니다. '무언가를 빼앗기는 주술에 걸리면 몸을 경련한다' 라고 해석하게 된 이유가 이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서스페리움이 '의도적으로', 기억을 '잃는', 빼앗는 '주문'을 걸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장면들에서도 경련한 단원들에게 재능을 나누거나 빼앗기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심증에 쇄기를 박는 연출이지요.
모두가 떠나고, 잊고, 패트리샤의 담당 의사와 아내가 살았던 그 집에도 새로운 가족이 살게 됩니다. 이제 그의 아내 앙케와 그, 죠셉의 사랑을 기억하는 자는 더이상 없습니다. 유일한 증인이던 의사(죠셉)이 앙케에 대해 잊어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은 과거 그들이 집에 새겨둔 죠셉+앙케 낙서를 화면에 담습니다. 잊어버린다고 사실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닙니다. 어딘가에 영원히 남아있고, 그 사랑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 영화 제목대로 초월적 존재, 세 마녀 중 하나인 한숨의 마녀 '서스페리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전쟁과 차별, 혐오, 사랑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는 사람의 관점으로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 느낍니다. 꿈과 현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을 만한 상황들, 그리고 공감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의 시선으로 이루어져 기괴하다 느끼게 만드는 것이지요.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역시 ' I'm her.' 라고 밝히는 부분과 'what do you ask?' 라고 다정하게 묻는 세 마녀, 한숨의 어머니 서스페리움의 대사입니다. 그리고 모든 걸 잊어도 사랑했다는 사실만은 영원할거라는 걸 보여주는 마지막 화면, 조셉+앙케 낙서겠지요.
작성하다보니 긴 글이 되어버렸는데, 잘 읽어주셨나요? ^ ^ 영화를 보고 생기는 호기심 해결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간간히 영화 해석에 대한 글을 써보려하니, 덧글 남겨주시면 제 취향 영화인 경우 한번 보고 글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